북한, 국제 - 조기통일은 위험하다
:: 김영환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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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중국에서 한국 대기업의 중국 주재원으로 일하는 어떤 분과 내가 무슨 일을 하는가를 화제로 이야기하게 되었다. 내가 북한 사람들의 인권과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일한다고 하자 그 분은 곧 “민족통일을 위해 애쓰시는 분이시군요”라고 말했다. 내가 통일을 위해 무슨 일을 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그 분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서 순간적으로 매우 당황스럽고 황당했지만 곧 북한의 민주화를 곧바로 통일로 보는 과거 많은 한국인들의 사고습관을 떠올리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처럼 10년 전이나 20년 전에는 북한체제 붕괴나 북한의 민주화=남북통일이라는 공식이 많은 한국인들의 머리 속에 있었다. 그래서 남북통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북한체제의 붕괴까지도 싫어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들이 국제정세에 눈을 뜨게 되면서 북한체제 붕괴가 곧 통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북한문제와 관련해서 중국경계론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확산되기도 했다. 중국경계론이 확산되면서 북한체제 붕괴 후 무리를 감수하고 바로 조기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반도의 분단이 우리 민족 구성원의 동의나 참여 없이 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동안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며 살아왔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이 민족의식이 남달리 강하다는 점에서 남북통일은 처음부터 아주 당연시되었으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도 당연시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오랜 세월 분단되어 있는 동안 남북 간에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어떤 사람은 겨우 60년 동안 분단되어 있었던 걸 갖고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떠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현재의 60년은 18세기까지의 600년에 해당되는 시간이라고 한다. 현대 세계는 하나로 통해 있기 때문에 남북이 분단되어 있더라도 서로 세계로 통해 있었다면 분단의 의미는 의외로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한은 세계와 통해 있었지만 북한은 문을 꼭꼭 닫고 살았다. 그러니 분단으로 인해 생기는 이질감과 실질적 차이는 매우 크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일본, 호주, 캐나다, 미국, 영국 등에 가서 사는 것이 북한에 가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적은 이질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이질감 때문에 혹은 북한에 지출해야 할 통일비용 때문에 젊은 세대의 과반수가 통일을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통일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통일이 절대적 당위라는 단순한 의무감 때문에 지지하고 있는 것이지 통일이 즐거운 일일 것이라서 지지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여기서 통일이 당위인지 아닌지, 통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논리적으로 따지고 싶지 않다. 남북의 많은 순수한 마음들이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 조건에서 나도 조건을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통일을 지지하고 싶다. 그러나 조기통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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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독일통일에 관해 한 번 살펴보자.

통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통일비용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가장 널리 이야기되는 통일비용 문제부터 짚어보자.

독일 정부가 통독 과정에서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베를린 자유대학의 클라우스 슈뢰더 연구원은 2004년 9월까지 지출한 통독비용이 1조 5천억 유로(약 1조 8천억 달러, 약 1,900조 원)로 계산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독일경제연구소(IW)는 통독비용이 1조 2,500만 유로라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슈뢰더 연구원은 여기에는 동독지역 은퇴자에 대한 지원기금 120억 유로가 빠지는 등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기회비용이나 사회적 비용 등은 계산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것까지 계산한다면 비용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 돈만을 놓고 보더라도, 한국의 1년 예산이 200조 원 정도 되는데 9년 치의 한국 예산을 모두 털어 넣어도 모자랄 정도로 엄청나다.

그러면 이렇게 막대한 돈을 투입한 결과는 어떠한가? 통일 직후에 1991년부터 1996년까지 구동독 지역은 구서독 지역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높았다. 그러나 그 이후 구서독 지역은 연평균 1.3% 성장한 반면 구동독 지역은 1.0% 성장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90년대 후반 이후 경제적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때 구동독 지역의 임금 수준이 구서독의 80%까지 육박한 적도 있으나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있으며 구동독 지역의 실업률 증가로 가계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싼 임금과 낮은 세금, 임금대비 우수한 생산성, 우수한 잠재시장성 등 유리한 환경을 찾아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로 생산기지를 이전함에 따라 동독 지역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독일 통일 이후 독일의 실업률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1990년 6.4%였으나 현재는 12% 내외를 나타내고 있다. 구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구서독 지역의 두 배인 18.2%에 달하고 있다. 특히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브란덴부르크 주(州)와 메클렌부르크-포어폼메른 주의 경우에는 실질 실업률이 25%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4년 독일 정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된 구동독 지역 경제회생정책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구동독 지역은 막대한 자금투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난과 기업들의 빈약한 자본 축적, 만성적인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구동독 지역의 고학력 젊은이들이 대거 구서독 쪽으로 이주하여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또 연방정부가 현재 연 900억~950억 유로를 구동독 지역에 지원해줌으로써 서독 지역의 경제마저 서서히 파괴되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폰 도나니 조사위원장은 “독일 경제성장력 약화 원인의 최소한 2/3는 동독 재건비용”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독일 전체가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사위원회는 지금이라도 한정된 재원을 사회간접자본 투자보다는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동독기업 지원에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OECD도 작년 6월 동서독 통일 이후 각종 문제 해결에 대한 부담과 이에 따른 경제사회개혁 미비로 독일의 경제 성장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어마어마한 자금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구동독 지역의 경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는 구동독 지역의 실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일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경제는 최근 대단히 침체되어 1.2%(2001년), 0.1%(2002년), -0.2%(2003년), 1.6%(2004년)의 저조한 성장률을 나타냈다. 금년에도 2분기에 0.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업률은 거의 12%에 육박해 있다. 등록된 실업자만 472만 명인데 여기에다 조기퇴직 등을 고려하면 500만 명을 훨씬 넘어선다고 한다.

지난 15년 동안의 구동독 지역에 대한 투자는 아마 인류 근현대사를 통틀어서 가장 비효율적인 투자로 기록될 것이다. 통일비용 1조 8,000억 달러의 단 10%만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국가에 투자했더라도 그 아시아 국가의 발전과 번영에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자본을 투자한 측에서도 크게 이익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구동독 지역에는 엄청난 돈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임금이 크게 올라가고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복지 비용이 크게 올라가 경쟁력이 약해지고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결과만 가져왔다.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다. 옛말에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고 했다. 여기서 하늘을 따른다는 것은 하늘의 이치, 다시 말해 세계와 사물의 본질적인 이치를 따른다는 것을 말한다. 사물의 발전에 필요한 과정과 단계를 무시하고 억지로 무슨 일을 추진하려고 했을 때는 반드시 뒤탈이 나게 마련이다. 동독의 경우에도 동독의 발전에 필요한 과정과 단계가 있게 마련인데 그것을 무시하고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입하면 금방 좋아질 것으로 보는 비과학적인 환상을 가졌고 결국은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경쟁력만 약화된 결과로 나타났다.

사회적 문제는 어떤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 문제보다 더욱 심각하다.

서독인들은 동독인을 ‘오시(Ossi, 게으르고 불평만 늘어놓는 동독놈)’라고 부르고 동독인들은 서독인을 ‘베시(Wessi, 거드름 피우며 잘난 척하는 서독놈)’라고 부른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일이다. 여기에는 “왜 우리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동독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하느냐”는 서독인들의 불만과 “우리를 2등 국민 취급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동독인들의 좌절감이 담겨져 있다.

독일인 4명 중 1명은 베를린 장벽이 다시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니 충격적이다. 또 동독인 85%는 스스로를 ‘2등 국민’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한다. 9·18 총선에서 민주사회당(구동독의 공산당)이 동독 지역에서 25%를 득표해 이 지역 제2당으로 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은 단순히 사회적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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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반도로 돌아와 보자. 한반도는 독일보다 더 좋은 조건에 있나? 이 문제에 관해서는 사실 긴 논쟁이 필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북한 관계가 통일 전의 동서독 관계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데 동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통일 전의 동서독 경제격차보다 남북한 경제격차가 훨씬 심하다. 북한의 경제통계에 대한 정확한 의견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남한의 1인당 GDP는 북한의 10~40배에 달한다. 통일 직전의 서독의 1인당 GDP가 동독의 2.5배 정도였던 것과는 도저히 비교도 되지 않는다.

둘째 동독의 인구는 서독 인구의 1/4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인구는 남한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이 말은 그만큼 책임져야 할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셋째 통일 전의 동서독 간의 이질감은 남북한보다 훨씬 약했다. 동독의 경우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개인의 책임성과 경쟁능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기독교 문화와 기독교 생활이 광범하게 남아 있는 등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동서독 간의 교류가 통일 전에도 비교적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예를 들어 1973년 한 해 동안 227만 명의 서독 주민이 동독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교류는 통일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양에 있어서도 남북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을 방문해서 돌아올 때까지 줄곧 감시받고 자유로운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우리와는 달리 동서독의 경우에는 상당한 자유가 부여되었다. 그리고 서독인이 일방적으로 동독을 방문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동독인들도 서독을 방문했다.

먼저 통일비용 문제부터 구체적으로 살펴보자(통일비용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필자도 썩 적절한 말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익숙한 용어이기 때문에 일단 이 용어를 사용함). 통일비용이 무엇인가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통일된 이후 남한 혹은 통일국가가 북한 경제가 자립해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개념과 남한 혹은 통일국가가 통일 후 10여 년 동안 북한의 경제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해야 할 비용이라는 개념의 2가지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 통일비용은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정비, 실업보상 등 각종 사회복지비용, 노후화된 산업시설의 교체와 신규산업시설 투자, 남북 간의 표준화비용, 주택보수 등에 쓰이며 북한의 외채상환 비용도 포함된다. 각종 사회비용을 포함시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통일비용의 규모도 연구하는 사람마다 각각 다르고 한 사람의 연구자라고 하더라도 그 상황과 고려하는 요소의 변화에 따라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결과를 동시에 제시하기도 한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찰스 울프 선임연구원은 금년 7월 한반도의 통일비용이 적게는 500억 달러에서 많게는 6,7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어쨌든 한반도는 독일보다 상태가 훨씬 좋지 않기 때문에 독일에 비해 통일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 것이라는 것이다. 500억~6,700억 달러는 수치 그 자체로만 보자면 독일보다 적지만 한국의 경제규모와 독일의 경제규모의 차이를 고려해볼 때 오히려 더 많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일의 경우도 숨어있던 요인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면서 비용이 예상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데 한반도의 경우에도 그렇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재정지원과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포함해 850∼240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대통령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는 「21세기의 한국」이란 보고서에서 통일에 따른 비용부담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 북한 주민에 대한 생계보조, 민간기업의 투자까지 합쳐 4,400억∼1조 2,000억 달러로 추산하기도 하였다.
정확한 계산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쉽게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돈이 들 것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남한에서 이런 돈을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별개로 놓고 보더라도 과연 이렇게 엄청난 돈이 필요한가 하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 북한의 정권과 체제가 붕괴되고 상대적으로 민주화되고 안정된 정치체제와 법률체계가 갖춰지고 본격적인 개혁개방정책을 편다면 대규모의 외부지원이 없어도 초기 5년간은 연평균 10~15%의 성장, 그 이후 10여 년간은 연평균 8~12%의 성장이 가능한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 남한의 엄청난 돈이 지원되거나 투자된다면 이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 더 높은 성장률이 꼭 좋다고 볼 수도 없다. 경제체제, 사회체제, 정치체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성장률보다 높은 성장률은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탈린 시대의 소련에서 5~10년간 2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한 전례가 있기는 한데 이것은 통계가 진실한지도 의심스럽지만 설사 통계가 맞다고 하더라도 국유제와 계획경제, 강력한 전체주의체제 하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시장경제체제, 민주사회에서 12~15%가 넘는 경제성장을 지속할 경우 그 경제, 사회, 정치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나 커서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한국은 연평균 9.7%의 경제성장을 했는데 그 후유증과 오일쇼크, 정치혼란이 겹쳐서 나타나면서 1979~1981년의 기간 동안 매우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1986년, 1987년, 1988년의 경제성장률이 12.9%, 13.0%, 12.4%였는데 그 후유증으로 임금과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그 외에 여러 가지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생겨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한국이 고속성장하기 시작한 1970년부터 금융위기 전해인 1996년까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7.24%였다. 이것은 세계최고수준이다.

북한 사람들은 매우 근면하고 교육수준도 높기 때문에 잠재적인 생산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북한에 대단히 우호적인 남한시장이 있으며 중국시장도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우호적이다. 북한의 경제규모를 볼 때 남한시장과 중국시장만 제대로 공략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남한의 민간기업인들의 자발적인 대북투자도 꽤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인의 투자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와 더불어 들어가는 기술지원, 투자와 상관없이 들어가는 남한의 각종 기술지원도 매우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북한의 경제발전에는 각종 호재들이 많다. 북한체제만 민주화되고(완전히 민주화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만 민주화되어도 상관없다) 정치적으로 안정된다면 북한의 경제성장은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다.

조건이 이러한데 남한 정부가 대규모 지원의 긍정적 역할이 더 클지 부정적 역할이 더 클지 잘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돈을 북한에 쏟아 붓는 것이 적절할까? 남한의 대규모 북한 지원이 위에서 말한 것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북한 사람들의 자조, 자립, 자력갱생의 정신을 약화시키거나 말살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었던 것도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의 자조, 자립, 자력갱생의 정신이 훨씬 강해지고 훨씬 잘 발휘된다는 점에 있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가가 모든 것을 보호해주지도 않고 모든 것을 책임지지도 않는다. 현재 북한사회는 사회주의 사회라고 볼 수도 없고 거의 마피아체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민주주의사회보다 국가가 보호해주는 것이 훨씬 적고 책임지는 것도 거의 없다. 국가가 개인을 보호해준다기보다는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곳이 북한이다. 그러나 악랄한 현 체제가 붕괴되고 나면 북한 주민들은 국가로부터 뭔가 보호받고 싶은 생각이 급격히 증대될 것이다. 남한 주민들은 국가로부터 갖가지 많은 보호를 받고 있지만 그보다도 개인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능력과 책임감이 상당 수준으로 발달해 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극단적 기아상태와 혼란상태에서의 자기보호 능력은 남한 주민보다 낫겠지만 상대적으로 안정된 법치사회에서의 개인적 책임감과 자기보호 능력은 남한 주민보다 많이 떨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사기꾼으로부터 자신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능력이나 자신의 권한보다 훨씬 과도한 책임을 지우려고 할 때 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 투자 등의 경제행위의 위험성을 예측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일정 정도 회피하는 능력 등이 떨어진다. 문제는 북한 주민이 국가로부터 뭔가 보호받은 것은 별로 없지만 제대로 된 국가가 등장하면 국가가 많은 것을 돌봐주고 보호해줘야 한다는 관념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후발개도국보다는 월등히 뛰어난 사회복지체제를 갖추고 있다. 북한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후발개도국보다 사회복지가 훨씬 뒤떨어져 있다. 사실 사회복지고 뭐고 할 것도 없다. 병원에는 솜조차 없어서 썼던 솜을 끓여서 몇 번씩 다시 쓰고 있다. 무상의료라고 해도 말이 무상의료이지 아주 간단한 약품조차 돈을 주지 않으면 구할 수 없다. 북한에서는 국가에서 뭔가 보호해주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고 착취하고 억압하는 것들만 있다.

북한체제가 붕괴되고 정상화된 이후에 북한의 사회복지가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북한이 정상화되더라도 남한의 복지수준과는 대단히 큰 차이가 있으며 이 차이를 억지로 메우려는 것은 어느 쪽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남한 입장에서 북한의 사회복지를 남한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이는 남한의 경제적 능력으로 봤을 때 매우 큰 희생과 타격이 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이것은 좋다고 할 수 없는데 세계의 어느 곳을 보더라도 그 사회의 발전수준에 비해 지나친 사회복지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경우는 없었다. 사회발전수준에 비해 지나친 사회복지는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자주적 태도와 자립적 열정을 꺾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과도한 사회복지 혜택이 부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사회복지 혜택을 주는 측에서나 받는 측에서나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일단 그러한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 아무도 그것을 개혁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것은 엄청나게 강력한 자기관성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와이 원주민 사회나 알래스카 원주민 사회도 과도한 사회복지 혜택이 그들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개혁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한 수준의 사회복지 혜택이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그에 대한 의존성이 매우 커져 그것을 잃고 나서 제대로 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그 무엇보다 크기 때문이다.

현대는 전세계적인 범위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이다. 한번 의존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자립능력이 떨어져서 의존에 더욱 과도하게 매달리게 될 가능성이 많다. 북한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훨씬 초과하는 과도한 임금이나 과도한 사회복지는 점점 더 북한경제의 경쟁력을 후퇴시킬 것이고 남한이나 외국의 민간기업은 투자를 꺼릴 것이다.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며 독일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통일을 하고 나서도 남북한에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문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남북한에 각각 다른 최저임금 기준이나 다른 사회복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끊임없는 위헌시비 때문에 계속 유지되기가 어려우며 설사 연방제 형태로 간다고 하더라도 연방헌법 위반시비 속에서 이러한 차별적 제도들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남북 간의 적대적 감정의 골이 점점 더 깊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극단적으로 부패한 국가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뇌물이 있어야만 가능하고 뇌물과 정실이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북한체제가 변혁되면 부패현상이 급격히 개선되겠지만 근본적인 개선은 대단히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당장 중국 수준 정도로 따라가는 데에만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수준이라고 해도 한국의 청렴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러면 이런 심한 부패를 남한 사람들은 당연히 혐오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김정일의 책임으로 돌려지지만 북한체제가 변혁되면 더 이상 그렇지 않을 뿐더러 북한 사람들 전체가 그 책임을 지고 가야 한다.

북한 사람들의 준법의식이나 공중질서 준수의식도 많이 떨어진다. 북한 사람들은 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관심도 없다. 그냥 김정일 지시나 당의 지시만 따르면 된다. 그것도 강압에 의해 마지못해 따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발적으로 법을 지켜야겠다는 의식은 약한 편이다. 따라서 공중질서를 어기는 일이 광범하게 나타날 것이며 이를 개선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법을 어기거나 법을 잘 몰라 피해를 입고는 그 책임을 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사회나 국가에 있다며 우기는 일도 매우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런 것들도 많은 남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남한 사람들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대대적으로 도와줬는데도 북한 사람들은 늘 남한에 비해 부족한 자신들의 처지를 바라보며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남한 사람들에게 배은망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면 남한 사람들은 어떤가? 중국 조선족 동포를 대하는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태도를 보면 남한 사람들이 나중에 북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한국인의 20~30%는 조선족 동포나 그 외 후발개도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신사적으로 대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대체로 그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그 중 20~30%는 무척 교만하게 행동하거나 모욕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는다. 이는 북한 사람들을 대할 때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남한 사람들보다 훨씬 신사적인 서독 사람들도 동독 사람들에게 ‘자기들을 무시하고 교만하다’는 말을 듣는데 남한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북한 사람들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모욕적인 언행을 하고 이것이 쌓이다보면 매우 심각한 적대의식으로 변할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경상도-전라도 지역감정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으며 정치적, 사회적 안정성을 끊임없이 위협하며 뒤흔들 것이다.

통일이 궁극적으로 필요한가 아닌가의 문제는 논외로 하자. 이 문제로까지 논의가 확대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해지고 논리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많은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일단 궁극적으로 통일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서 이야기를 전개해보자.

통일이 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꼭 그것이 조기통일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기통일은 위에서 말한 많은 엄청난 문제를 지니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첫째, 조기통일로 인한 엄청난 통일비용 때문에 남한 경제가 어려워지고 한반도 전체가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둘째, 남한으로부터의 엄청난 지원이 없더라도 북한은 민주화되고 본격적인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기만 한다면 자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매우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북한의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큰 규모의 지원이나 투자는 시장과 경제관계를 왜곡시키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남한으로부터의 엄청난 지원은 북한 사람들의 자립, 자조, 자력갱생의 정신을 약화시켜 성장잠재력을 잠식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넷째, 통일된 조건에서 편법적인 남북차별은 성공하기 어려우며 제도를 이리저리 바꾸고 많은 기교를 부려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무수히 나타날 것이다.
다섯째, 통일된 조건에서 남북 간의 감정적인 대립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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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통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통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잘 모른다. 학생들에게 통일이 왜 필요한가를 물어보면 북한에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든지,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만나고 함께 살 수 있어서라든지, 남북한의 경제적 장점을 보완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든지 등의 대답을 하는데 이는 통일이 되던 안 되던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홍콩 사람들은 중국으로 통합되기 전에도 중국으로 자유롭게 여행 다닐 수 있었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자유롭게 만날 수 있었고, 헤어진 가족과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었고, 높은 수준의 경제협력도 할 수 있었다. 남북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북한이 민주화된다면 통일되지 않더라도 교류나 이산가족 문제나 경제협력 문제는 별로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일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하는 것들은 대부분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통일이 되면 안보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별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다. 통일이 되면 안보비용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북한과 미, 일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남한이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나간다면 다층적인 안보보완 장치가 마련됨으로써 통일되었을 때보다 오히려 안보위기가 줄어들고 안보비용이 더 싸질 수도 있는 것이다. 통일되면 의무병 제도가 없어져서 군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것이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단 북한이 민주화되고 나면 현재 한반도에 존재하고 있는 안보위기는 그 성격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그렇게 되면 통일이 되던 안 되던 새롭게 형성된 안보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적절한 수준의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고 현재 병력이 인구에 비해 지나치게 많으니 병력의 일정 정도 감축이나 복무기간의 약간의 단축은 있겠지만 의무병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모병으로 충분한 수의 우수한 병력을 뽑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되고 또 그 예산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통일이 되고 안 되고 와는 본질적으로 상관이 없는 문제이다.

통일이 미뤄질 때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런저런 우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문제는 필자가 『시대정신』 지난 호에 쓴 <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인가>에 충분히 설명했듯이 그런 우려는 대부분 기우이며 오히려 과도한 경계가 불필요한 안보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설사 통일이 필요하더라도 조기통일은 피해야 하며 북한이 민주화되고 난 이후에라도 남북 간에 교류를 확대하면서 조건이 충분히 성숙한 때를 기다려서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통일이 되기 전이라도 북한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지원은 분수에 넘치는 과도한 수준도 아니고 성의 없어 보이는 수준도 아닌, 약간의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 어느 정도 성의 있는 수준으로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 투자는 정부에서 지나치게 나서지 말고 투자의 제도적인 장애나 물리적 장애는 없애더라도 북한에 대한 투자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통일을 미루는 것이 꺼림칙하다면 형식은 연방제 비슷하게 하고 내용적으로 국가연합과 같은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상황과 조건을 면밀히 검토해서 이러한 방향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방식은 통일에 준하는 이런저런 정치적 부담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각오하고 추진해야 한다.

북한을 민주화하는 것, 다시말해 북한 인민을 김정일의 폭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일이 시급한 것이지 통일이 시급한 것은 아니다. 북한민주화는 빠를수록 좋지만 통일은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천천히 추진해야 한다. 남북관계에는 항상 수많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감상에 빠지지 말고 냉정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